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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에너지, 물리, 물리학 이론

불의 본질과 다양한 현상

by 코쿤앱 2021. 11. 12.

불의 본질과 다양한 현상

불의 본질과 다양한 현상
불의 본질과 다양한 현상

과거 수업 시간에 여러 학생들이 촛불을 보면서 던졌던 질문들 그리고 여러분이 직접 던졌을 수도 있는 질문 가운데 6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왜 불 주위는 따뜻할까?

왜 불 주위는 따뜻할까? 왜 빛이 날까? 어떤 물질이 불에 잘 탈까? 왜 불꽃은 뾰족한 모양을 가질까? 중력이 없는 곳에서는 촛불이 어떻게 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심지는 타지 않고 남아있을까? 이제 이런 질문에 대해서 하나씩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불 속에서 탄소와 산소가 만나고 수소와 산소가 만난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가 당기는 힘 인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인력 때문에 이 둘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생깁니다. 즉, 여기서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와 물분자는 이 빨라진 속력에 의해서 최종적인 속력이 굉장히 빠르게 되고, 이렇게 분자의 속력이 빠를 때 우리는 온도가 높다.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빠른 분자들이 우리 손에 부딪치면 우리는 뜨겁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반면에 어떤 분자가 아주 느린 속도로 다가와서 우리 손에 부딪힐 때는 우리가 차갑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불 주위에는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분자들이 많고 그래서 우리는 이를 뜨겁다 또는 초에서 많은 열이 나온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왜 빛이 나고 있는가?

왜 빛이 나고 있는가?인데 빛이 나는 원리는 설명이 조금 복잡합니다. 빛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다룰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빠른 분자들이 서로 충돌할 때 그 에너지 일부가 빛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정도로만 말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마치 부싯돌 두 개가 부딪힐 때 번쩍하고 빛이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잘 타는 물질들의 공통점

'불에 잘 타는 물질'하면 종이나 천, 나무 이런 것들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잘 타는 물질들의 공통점은 그 물질이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탄소와 수소가 산소와 결합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어떤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려는 경향이 별로 없다면 그 물질은 잘 타지 않는 물질입니다. 돌이나 유리, 금속이 바로 그런 경우죠. 이렇게 산소와 결합하기 전에는 불안정 하다가 산소와 결합한 이후에 아주 안정해지는 물질. 이런 물질이 잘 타는 물질입니다. 아까 나무토막으로 비유하자면 조금 불안하게 서 있다가 쉽게 톡 하고 넘어지는 블록이 잘 타는 물질 해당합니다. 타기 전에 종이. 종이가 만약 이런 상태에 있는 거라고 한다면 타기 전에 휘발유는 이런 상태에 있다고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휘발유가 훨씬 더 불안한 물질이고, 이 산소와 결합하고 나서는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내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휘발유는 종이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물질입니다. 공중에 뜨는 풍선을 만들기 위해서 헬륨을 넣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어릴 적에는 헬륨 풍선이 아닌 수소 풍선을 사용했습니다. 헬륨보다 수소가 더 싸고 가볍기 때문에 풍선을 띄우는 데는 사실 더 효과적입니다. 그러다 왜 더 이상 수소 풍선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수소 풍선에 혹시라도 불이 붙으면 급격한 연소가 일어나고 폭탄처럼 터질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요즘엔 헬륨을 사용합니다 헬륨 원자는 그 자체로 안정해서 다른 물질과 전혀 결합하려는 성질이 없고 그래서 '비활성 원소'라고 불립니다. 헬륨 풍선은 안전하긴 하지만 헬륨이 지구에서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파티 풍선에 사용하기는 낭비라는 그런 지적이 있습니다.

불꽃 모양이 긴 이유

불꽃모양은 왜 납작하거나 동그랗지 않고 위로 길쭉한 모양을 갖고 있을까요? 그것은 중력과 관계있습니다. 이 방 안에 이런 식으로 기체 분자가 돌아다니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지금은 중력이 없는 상태라서 공기 분자가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지만 만약 중력이 존재한다면 이렇게 분자들이 아래쪽으로 쏠리는 경향을 갖게 됩니다. 만일 어떤 이런 기체 분자들이 전혀 속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모든 분자들은 중력 때문에 방바닥에 다 내려앉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어떤 분자들은 상당한 속력을 갖고 있고 속력이 빠른 분자일수록 중력을 쉽게 이기고 위로 올라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속력이 빠른 분자들은 위쪽에, 속력이 느린 분자들은 아래쪽에 존재하게 됩니다. 뜨거운 공기는 위에 있고 찬 공기가 아래 분포한다. 이런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불꽃 주변에서도 빠른 분자는 위쪽으로, 느린 분자는 아래쪽을 향해 움직이게 되는데 불이라는 것이 그 본질상 분자운동이 가장 활발한 곳. 즉, 온도가 가장 높은 곳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꽃이 빠른 분자들이 많이 있는 위쪽을 향해 뻗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불꽃이 끝없이 위로 올라가지 않느냐고요? 그것은 파라핀이 초의 심지로부터 공급되고, 따라서 심지로부터 너무 멀어지면 탈 수 있는 물질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중력의 세기와 분자들의 속도 분포 그리고 파라핀의 공급 양상에 의해서 불꽃의 최종 모양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촛불에서는 계속해서 이산화탄소와 물 분자들이 만들어지는데 만약 이들이 위로 올라가지 않고 그 주변에 가만히 맴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새로운 산소 분자들이 가까이 다가오기 힘들어지고 불이 활발하게 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속력이 빠른 이산화탄소와 물 분자들이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향해 주변 공기 분자들이 밀고 들어올 수 있고 여기에 신선한 산소 분자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렇게 계속 연소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거죠. 불은 이렇게 스스로 잘 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중력이 없는 곳에 가서 촛불을 피우면 어떻게 될까요? 산소는 있지만, 중력이 없는 곳으로 가면 불꽃이 더 이상 위로 솟을 이유가 없어집니다. 대신 동그란 대칭형의 모양을 갖게 되는 거죠. 실제 무중력 상태에서 불꽃을 관찰했을 때 이렇게 오른쪽과 같은 모습으로 타게 됩니다. 이산화탄소와 물 분자가 위로 올라가지 않으니까 주변에 산소가 접근해 오기 힘들고, 따라서 불꽃은 더 약하고 더 서서히 탑니다. 완전한 구형이 아닌 이유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파라핀이라는 연료공급이 아래에서부터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왜 심지는 타지 않을까?

왜 심지는 타지 않을까요? 초의 심지는 보통 실과 비슷한 재질로 되어 있습니다. 보통 실은 불이 붙으면 금세 타서 재가 되어 버리는 데 이상하게 초의 심지는 까매지긴 하지만 계속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초가 초의 심지가 금세 타버리지 않는 이유는 심지 안에 들어있는 파라핀 때문입니다. 초에 처음 불을 붙일 때는 심지가 금방 탈 것 같지만 처음에 붙인 열에 의해서 양초가 녹고 이 파라핀이 심지 속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모세관 현상'이라고 부르죠. 마치 물에 적셔진 천이 쉽게 타지 않는 것처럼 이렇게 파라핀을 머금은 심지는 쉽게 타지 않고 파라핀을 증발시키는 데 대부분 에너지를 다 사용해 버립니다. 따라서 이 심지 온도가 그렇게 빨리 올라가지 않는 거죠. 심지가 타 버리지 않도록 파라핀이 보호를 해주는 셈입니다. 하지만 저 심지의 맨 끝부분은 어떨까요? 파라핀이 올라오다가 중간에 다 증발해 버려서 윗부분은 파라핀이 충분히 적셔지지 못한 채 그대로 불에 노출됩니다. 따라서 심지 끝부분은 타서 없어질 가능성이 크죠. 그래서 이 초의 심지는 늘 적당한 길이를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6가지 질문들을 다루어 봤는데요. 지금까지 촛불에 관해서 이야기한 것들을 이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초에 맨 처음 불을 붙일 때는 외부 불꽃을 가해서 열을 줍니다. 그러면 고체 파라핀이 액체로 녹게 되고, 심지로 흡입되고, 그다음에 그 뜨거운 열에 의해서 증발됩니다. 기체 상태가 된 파라핀은 그 주변에 빠른 속도의 분자들이 달려와서 충돌함으로써, 파라핀이 더 자잘한 분자들로 분해가 되고 이 분해된 파라핀이 산소와 결합돼서 이산화탄소와 물이 만들어지고 그때 빛과 열이 나옵니다. 이 열이 충분하면 이제 외부에서 더 이상 불꽃을 가해 주지 않아도 자체 열만 가지고 촛불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불꽃에서 조금 먼 곳에서는 파라핀이 여전히 고체 상태로 존재하면서 액체 파라핀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이렇게 그런 역할을 해 줍니다. 이런 초가 슈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싼 물건이고, 보기에도 이렇게 단순해 보이지만 초는 굉장히 효율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양초가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 사용되고 그다음에 고대 로마에서 발전했다고 하는데 이런 구조를 생각해냈다는 것이 참 대견한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1시간 이상 오래도록 불을 피울 수 있는 물건은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종이나 나무의 경우에는 불이 전체 몸통으로 번져서 금세 타 버리고 재만 남습니다. 불이 오래가는 물건으로는 숯이 있는데. 여러분, 고기를 피울 때 느껴보셨겠지만 불 붙이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불타는 숯을 들고 다니기도 불편합니다. 쉽게 불을 붙일 수 있고 오래도록 불타게 만든다는 것이 간단치가 않습니다. 초는 이렇게 부피가 작아서 휴대하기도 좋고 오래도록 불을 켤 수 있으며, 또 불을 켠 채로 들고 다닐 수도 있는 굉장히 훌륭한 물건이죠. 무인도에 가게 되면 반드시 챙겨가야 할 필수 아이템입니다. 자, 우리가 촛불이란 초를 이루고 있던 탄소와 수소가 공기 중에 산소와 결합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불의 본질과 다양한 현상

불의 본질을 가지고 촛불이 갖고 있는 다양한 현상을 설명해 봤습니다. 불이 왜 따뜻한지, 왜 빛을 내고 바람에 흔들리고 뾰족한 모양을 하게 되는지, 심지가 왜 필요하고 왜 초가 천천히 타는지. 이것들을 다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현상들의 원인을 하나의 불이라는 하나의 본질로 다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가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했구나라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이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자기 자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관찰하고 그 모든 현상의 근원이 되는 본질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물리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촛불에 대해서 공부를 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 어떤 점이 이상적으로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촛불이지만, 아직도 다루지 못 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다루지 못 한 것도 있지만, 사실 제 자신도 촛불에 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지금도 가만히 촛불을 보고 있으면 계속 의문이 생겨납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촛불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우주의 대부분을 이해한 사람일 것입니다. 이렇게 촛불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후로는 이렇게 복잡한 촛불보다 오히려 좀 더 단순한 것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하는 과정을 거쳐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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